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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 시들

낙엽진 숲속으로 떠나갈래요.

갈참나무이파리 수북히 쌓인 숲속

산길에 낙엽을 몽탕 깔아버려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이쪽 저쪽 스틱으로 짚으며  올라가는 길은 힘겨운 일터

발이 흠뻑 낙엽속에 빠져 한발 한발을 빼낼때마다

내 몸 여기저기서 그만 후퇴하라고 아우성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추면 안될것 같아서

허우적대며 기다시피 올라간다.

머리카락에 바람에 날릴 때 파아란 하늘을 보며 

따스한 햇살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늘따라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온 햇살은 

내 체온을 올려주며 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등을 밀어준다.

낙엽속에 푸욱 빠지던 너의 발을 봤느냐?

낙엽을 타고 미그럼을 타 봤느냐?

낙엽밟는 소리를 들어봣느냐?

한걸음 두걸음 바스락 바스락

길이 없어져 스틱으로 낙엽을 쓸며 길을 내자. 

누군지 안전하게 다니도록 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위험을 막아보자꾸나!

오늘은 낙엽천지인 산길을 거닐며 조심조심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옆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갔다.

평평한 길에서 느긋하게 걸어가는데 내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넝쿨손이 내 오른발 앞쪽을 휘감았다.

낙엽속에서 덩쿨손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덩쿨손아 반갑다. 너도 숨어서 살면서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니?

낙엽속에 푸욱 빠져본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너희도 내년을 위해서 새 삶을 설계할 시간을 갖고 겨울햇살을 쬐러 왔니?

낙엽더미속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겨울잠을 자러가야겠니?

이젠 힘들면 조금은 쉬었다 가고 충전해서 또 다시 길을 가자꾸나!

일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리는 설레임에 눈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꿋꿋함에 박수를 보낸다.

낙엽진 숲속은 온돌방의 아랫목, 모두 모여서 따뜻하게 살면서 서로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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